해독자의 임무는 해방이다. 해방과 사랑이 양립하지 않는 점은 해독자가 처하게 되는 위험중 하나이다. 암호는 이해될 때 해방되고 그 쓰임을 다한다. 그렇기에 암호는 자신의 비밀을 꽁꽁 숨기려 한다. 암호는 잊혀지는 것조차 두려워 하지 않는다. 암호는 자신이 속속들이 이해될 때 해방됨을 느끼면서도 곧 버려질 것을 알고 있다. 해독자의 최후는 암호와의 결속이며 해독되지 않은 비밀이 결국 그를 죽인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는 해독자의 관심과 애정없이는 어떤 암호도 스스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13.11.2024 12:18 — 👍 0 🔁 0 💬 0 📌 0
양원적 정신의 탄생 배경 자체가 생존을 위협하는 빙하기의 극심한 스트레스와 혼란 속에서 인류가 적응해낸 결과였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가혹한 현실이 개인이나 소수의 집단만이 아니라 전지구적으로 보편화 되고 지속적으로 대를 거듭 한다면 앞으로 태어날 인류가 일종의 피할 수 없는 트라우마에 노출되어 성장한다면 우리는 또 다른 양원적 정신의 시대에 접어들게 될까.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침묵하던 신의 음성을 다시 듣게될까. 혹은 신이 아닌 다른 어떤?
20.10.2024 23:42 — 👍 0 🔁 0 💬 0 📌 0
그들은 탄생과 성장은 불분명하게 폐기되어 있거나 혼란과 트라우마로 점철되어 있다. 그들은 태어난 순간부터 버림받거나 납치되고 가정이나 집단 속에서 가혹한 절제와 학대를 견디며 혹은 철저한 고립 속에서 성장한다. 그 모든 과정은 트라우마 자체가 각인되는 과정이다. 로봇에게도 트라우마가 있을까 그들의 무생물성 혹은 유사인간성 자체가 인간 내부의 동화될 수 없는 태어남 자체가 모독이 되는 어떤 상처를 가리키는 것만 같다.
20.10.2024 17:03 — 👍 0 🔁 0 💬 1 📌 0
서사물에서 종종 작중의 혼란속에서 비정상적인 인물이 가장 현명해 보이거나 혹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인간 아닌 어떤 것이 등장할 때면 뭔가 알듯 말듯한 감정을 받게 된다. 그들은 미친 사람이거나 광대나 괴물 좀 더 최신 버전으로는 로봇이나 ai와 같은 유사 인간으로서 그들은 모두 묘하게도 맹목적인 의무감, 강한 집중력, 상실된 자아 등등 양원적정신의 특징을 가진 모습으로 등장한다.
20.10.2024 16:13 — 👍 0 🔁 0 💬 1 📌 0
저자는 현재 인간의 상태를 '신이 떠나버린 신전의 폐허에 남겨진 자들'이라 표현하는데 이문장은 내 안에서 인간은 최근의 산물일 뿐이고 어떤 배치가 바뀌면 '인간은 마치 해변의 모래사장에 그려진 얼굴이 파도에 씻기듯 이내 지워지게 될것' 이라는 말과 공명한다.
20.10.2024 15:27 — 👍 0 🔁 0 💬 1 📌 0
어느 책의 가설에 따르면 고대 인간의 뇌는 현대의 자기의식적인 주관적 정신이 아니라 우뇌가 일반적으로 좌뇌에게 명령하는 식의 양원적 정신상태였고 그 명령을 환청의 형식으로 들었을 것이라 가정한다. 그것은 논리적으로 분석되지 않은 정보 즉 현대에서 말하는 직관에 가까운 것으로서 호메로스 서사시에서 신의 음성을 듣는 영웅들이나 피라미드 건설에 동원된 일꾼들, 환각상태에서 신의 음성을 듣고 미래를 점치는 무녀들 모두 우뇌에서 명령하는 환청에 복종함으로써 현대의 우리는 상상하기 힘든 일을 실제로 해냈다는 것이다.
20.10.2024 15:26 — 👍 0 🔁 0 💬 1 📌 0
의사는 모든 아픔에 이유가 있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그말은 좀 영화 속 살인마 대사처럼 들린다. 숨을 내쉴때마다 썩은 냄새가 올라온다. 그게 어떻게 반짝이는지에 관한 설명은 많지만, 어떻게 빛을 잃는지에 관한 설명은 많지 않다. 그런 경험을 한 사람은 모두 어딘가로 숨어버리기 때문이다. 계절은 많은 것을 빼앗고 이유없는 고통을 준다. 나는 반복앞에 무력하다. 반복속에서 무엇을 채워넣어야 할지 모르는자는 불행하다. 우리는 매번 똑같은 함정에 빠진다.
10.08.2024 14:25 — 👍 0 🔁 0 💬 0 📌 0
시인 캘러와 화가 뵈클린, 그의 아들 카를로가 어느 여름날 저녁 술집에 앉아있었다. 오랫동안 침묵하던 그들 사이에서 카를로가 말을 꺼냈다. "너무 더워요 ". 대략 한 시간 반이 흐른 뒤에 뵈클린이 맞장구 쳤다. "그러게 바람도 없어" 묵묵히 있던 캘러는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나는 수다 떠는 놈들과 술을 마시고 싶지 않아" 라는 말을 남긴 뒤 술집을 나갔다.
10.08.2024 04:18 — 👍 0 🔁 0 💬 0 📌 0
초기 바벨을 올랐던 실종자들에 대한 연구와 조사는 많지만 실종자들을 찾아 나섰던 수색자들에 대한 언급은 전무한 편이다. 그들은 어떠한 대가나 요청 없이 자원해서 등반을 시작한 이들이었는데 (그들에게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기록 속에서는 실종자를 찾는 실종자로서 어리석음의 표본처럼 잠깐 언급되며 실종 그 자체에 매혹되었던 자들이었다고 전해진다.
10.08.2024 04:12 — 👍 0 🔁 0 💬 0 📌 0
이야기란 제게 하나의 커다란 수수께기 였어요. 그게 어떻게 시작될 수 있는지. 어떻게 지속될 수 있는지. 어떻게 끝날수 있는지. 누군가는 말하더라고요. 이야기는 길에서 시작된다고. 커다란 불행으로 목적 없는 여행자가 되어 버린 그는 자기가 오고 있는지 뒤돌아보는 길을 저주했데요. 길이 뒤돌아 보는 순간 그도 길과 함께 나락으로 떨어졌으니깐요. 그렇게 이야기는 끝이 났다고 합니다.
10.08.2024 04:08 — 👍 2 🔁 0 💬 0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