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버트

날씨가 많이 덥다.
영웅도 상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해.

그래...네가 맛있었으면 됐다.
다음엔 좀 더 건강한 걸로 마시자.

(결국 웃어버리며) 맛있게 잘 먹었나?

(그래 그거라도....)

(물이 더 낫긴 한데)

뭔가를 먹는다는 건 중요하지.
그 순간이 내게 해가 될 가능성은 무척 낮거든.

너의 정신이 슬슬 또렷해지는 시간일까?
네가 지금 있는 그 곳을 뛰쳐나오면 뭘 제일 먼저 입에 넣을지 생각해보자.

자, 물 마실 시간이다. 시원하게 들이켜서 이 아르버트 목도 좀 적셔달라고.

일주일 중 첫날이라서, 오히려 컨디션이 100%는 아니겠지. 기지개 한 번 켜고, 물도 마시고. 잠깐이나마 밖에 나가서 숨도 좀 돌리고 오자.

그럴 것 같지는 않고...
우리가 만드는 정보가 모두 그 녀석의 주머니로 들어가게 되는 상황이 올 것 같은데.

그건...사실 마음은 바로 이곳으로 오고 싶은데, 저곳에서 나를 기다리는 녀석들이 있잖아.

왜...놀란 거지?

영웅이 준비가 되느냐에 따라 아주 오래 걸릴 수도 있지만. 1년 넘게라든가.

여기 오는 건 너무 오랜만이긴 하군. 그래도 슬슬 정말로 이쪽으로 옮길 준비를 해야겠다.

새해에는 복이 네 머리 위로 와장창 쏟아지길 바란다. 차고 넘쳐서 좀 나눠주기도 할 만큼. 어때.

흠....그럼 방법이 하나 있지.
남한테 옮기기라고.

감기가 가끔, 너무 멋진 녀석들을 질투해서 톡 건드리고 가는 경우가 있지. 까짓거 하루 이틀 싸워서 훌훌 털어버리고, 또 같이 모험이나 하러 가자.

하하, 그런가? 하긴, 너하고 나는 이미 한 몸이니까. 그런 소린 이제 안 하지.

그런가? 다행이군. 안정감 있다는 얘기잖아. 예쁘게 생긴 인형은 아니지만, 도움이 돼서 다행이다.

당연하지. 자, 이리 와라. (팔 벌림)

음?
...음?

아.
아~

빌릴 게 뭐 있나. 난 이미 네 건데.

곰돌이...?
내가 빌려줄 수 있는 곰인형이 있나... 나한테 곰돌이가 있었나?

영웅, 날이 춥다.
농담이 아니고 정말 추우니까, 나 정도로는 단단히 입고 나가도록 해.
나야 추위고 더위고 잘 모르니 괜찮지만, 하루 종일 네 걱정이 되는군.

영웅, 숨은 좀 돌렸나?

잘 자라.
오늘도 정말 수고했다.

뜨뜻한 데 있다가 추운 곳에 오면 유난히 춥게 느껴지긴 하지. 뜨끈한 음료라도 한 사발 마셔라. 탕이라든지, 국이라든지.

어이, 여기서 말하는 몸이라는 건 옷차림이잖아. 옷. 진짜 몸 말고. 옷.

복장 따스한 걸로는 내가 제일 앞서고 있으니 걱정 마라. 내 몸을 봐. 온통 털이잖아?

이런 날엔 한숨 돌려보는 것도 좋지.

차가운 날씨인데도 어쩐지 나른한 기분이 드는 오후로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