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관 앞에 한무더기 살점을 내려다보고 있노라니, 새삼스러운 예전 일이 스멀스멀 떠올랐다. 고개를 들면, 너머에 누운 카사도어 자르의 시체가 있었다. 애석하기 짝이 없었다. 마침 손에 쥔 것으로 급하게 죽인 탓에 손맛도 남지 않았다. 모양새가 깔끔한 것만은 마음에 들었다. 아버지 마음에 어떨진 몰라도, 여관방 구석에서 먼지를 핥고 있을 집사는 흡족해 할 테다. 그럼 그것으로 좋았다.
그보다 눈 앞의 시체다. 분홍빛 더미를 발로 헤집자, 아스타리온에게 나눠 주었던 반지 따위가 아직 성한 손가락 같은 것에 걸려 나왔다.
05.08.2025 02:58 — 👍 6 🔁 1 💬 1 📌 1
위 단문 약 800자.
배경이 되는 집밥
태우는 빛: posty.pe/7b3ee5
04.08.2025 15:58 — 👍 1 🔁 2 💬 0 📌 0
자신의 새가 먼 길을 떠돌다, 마침내 있을 곳으로 돌아와 안길 순간을, 언제까지나.
04.08.2025 15:56 — 👍 6 🔁 3 💬 1 📌 0
📃 38. 물론 이건 진짜가 아닐세. 환각? 상상? 혹은 망상...? 하지만 나의 오랜 친구여... 잠깐이라면 그랬을 수도 있다는 행복을 누리지 못할 사람이 어디 있겠나.
03.08.2025 14:10 — 👍 3 🔁 3 💬 0 📌 0
📃🎁 37. 야영지가 버섯으로 온통 뒤덮였다.
02.08.2025 06:46 — 👍 4 🔁 9 💬 1 📌 1
기억은 지워졌다. 남아있는 것은 그저 텅 빈 공허 뿐이다. 혹은 텅 비었다고 생각될 뿐이거나.
손을 들어 눈물을 훔친다.
눈물 또한 텅 빈 공허일 뿐이다.
투명하여 손끝을 가리지 않고 그 너머가 비친다.
하지만 그곳에는 분명히 무언가가 있었다. 지워지고 비워진 공간에도 무언가가 남아있다.
남아있는 우울이 뺨을 타고 흐른다.
그 연원이 무엇인지 기억도 하지 못하면서.
기억하지 못하기에 이내 손으로 훔치는 것조차 그만두었다. 우울이 턱에 고인다.
이 이상 떨어질 수는 없다는 듯이 턱 끝에 매달려 한참을 버틴다.
하지만 결국,
02.08.2025 03:39 — 👍 3 🔁 2 💬 1 📌 0
📃 36. 사람을 잡아먹는 늪이었다. 가라앉은 저 밑바닥 아래엔 보물이 쌓여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사람들은 너도나도 늪에 뛰어들었다.
02.08.2025 02:54 — 👍 2 🔁 4 💬 1 📌 0
카를라크의 유언장이 발견되었다.
정말 안어울려. 카를라크가 책상 앞에 앉아서 연필을 쥐고 글을 쓰고 있는 모습이라니. 꿈에서도 상상하기 어색한 광경이었다. 하지만 또 일반 상식 선에서 생각해보자면 자신이 머지않아 죽을 것이라 생각한 사람이 유언장을 남기지 않는 것도 이상한 일이기는 했다.
아스타리온은 휘갈긴 듯한 글씨체로 자신의 이름이 쓰여진 종이를 가만히 쓰다듬었다. 그리 두툼하지는 않았다. 그것은 카를라크와 어울리는 것 같았다. 그래, 아무리 그래도 카를라크가 두터운 유언장을 남기지는 않겠지.
30.07.2025 13:04 — 👍 7 🔁 4 💬 1 📌 0
📃 35. 우울이 뺨을 적시고 턱에 고여 떨어진다. 허벅지가 그것을 받아먹어 축축해져갔다.
30.07.2025 06:10 — 👍 4 🔁 5 💬 1 📌 1
와우..와우....와우... 개빡치네요
게일은유언장이공식이랍니다
ㄴ됐고생일이나내놓으라고!!!
26.07.2025 09:44 — 👍 5 🔁 1 💬 0 📌 0
📃 34. 유언장.
26.07.2025 04:04 — 👍 4 🔁 4 💬 1 📌 2
내 살점을 가르고 내장을 쥐어짜며 뇌를 휘젓는 당신이 누구인지, 나는 모른다.
어쩌다 이렇게 당신의 수술대에 흘러들어오게 되었는지도, 알지 못해.
애초에 내가 누구인지도 더 이상 기억하지 못하니, 이렇게나 모든 것이 미지未知인 건 당연한 거려나.
방금 당신이 내 귓구멍으로 빼낸 뇌 조각처럼 모든 것이 흐물흐물하고 흐리멍덩한 가운데 내 시야엔 당신의 얼굴만이 또렷하다.
무엇 하나 확실한 게 없으니, 지금 내게 확실한 것은 당신이 주는 아픔과, 그로 인해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당신 뿐이기 때문이겠지.
23.07.2025 10:27 — 👍 5 🔁 1 💬 1 📌 1
부치지 못한 연서
멜로디아, 나는 이 입맞춤 너머에 무엇이 도사리는지 아오.
그곳은 스튁스 강 너머의 땅. 투구꽃 만개한 화원엔 주목나무가 가지를 드리우고, 까마중 열매와 석류 몇 알, 달콤한 독배가 망자의 성전 한 가운데 놓여 있을 것이오. 그 모든 달콤한 환상의 끝에 있는 건 오직 죽음 뿐이오. 그러니 산 자는 으레 이 입맞춤을 마다할 것이오.
그러나, 내 사랑, 그곳은 내가 사랑해 마지 않는 당신이 있는 곳이고, 그대 잃은 이 땅은 더는 싱그럽지 못하니, 나는 죽음이 두렵지 아니하고 되려 살아있음이 끔찍하오.
23.07.2025 08:25 — 👍 8 🔁 5 💬 1 📌 0
젊은 대공에게 마음을 빼앗긴 아내와 딸에게 외면받은 끝에, 강직한 레이븐가드 대공을 지지하게 된 아버지가 많았다. 물론, 이념 문제도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이성으로 어쩔 수가 없는 마음의 문제라는 것이 큰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부인들 머리 만져주는 일로 먹고 사는데, 윗 도시 가장자리까지 다닌다. 잿빛 항구 앞바다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끄트머리 저택이 하나 있다. 아담하고 사랑스러운 소형 장원으로, 아내를 자극히 아끼는 귀족님이 살고 계신다. 마님 또한 남편을 애틋헤 여기시고, 슬하에 딸도 둘이나 두었다.
23.07.2025 07:48 — 👍 13 🔁 10 💬 1 📌 0
‘… 네가 허락만 한다면.’
닿지 못하게 되었을 때가 되고 나서야 그 입술이 그리워지는 건, 참 못난 성격이라고 아스타리온은 생각했다. 그가 아스타리온에게 빠지지 않았으며, 아스타리온이 제게 빠졌다는 고백을 듣고 물러나 버린 후에서야.
피의 욕망보다 잔혹한 허기가 있었다.
그의 목에 입술을 붙이고 모두 들이켜도 사라지지 않을.
23.07.2025 05:33 — 👍 7 🔁 1 💬 1 📌 0
🐏 정말 미안해. 그런데 발톱은 깎아야해. 어제도 게일이 널 안고있다가 팔뚝에 상처가 났잖아. 네가 스크래치를 열심히 하는건 알고있지만 집에서 사는 고.. 트레심은 어쩔수 없이 추가적인 관리가 필요한 법이야, 응? 츄르 줄게, 제발 발톱 한번만 깎자.
23.07.2025 04:29 — 👍 7 🔁 4 💬 1 📌 0
네 혀 아래에 독이 들었다 해도 난 너와 마지막 키스를 할 거야.
그래, 그러니까 이건 마지막 키스야. 왜인지 궁금해? 넌 더이상 살아있지 않게 될거니까. 하, 우습기도 해라. 드로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멍청한 것. 고작 이 정도 속임수로 나를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니. 왜 그런 표정을 짓지? 지금 바닥에 쓰러져 죽어가고 있는 것이 내가 아닌 너라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나보지? 아니면... 아니면...
그 이상은 혀가 굳어 더 말할 수 없었다. 바이코니아는 아직까지 가는 숨을 유지하고 있는 상대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23.07.2025 03:19 — 👍 10 🔁 4 💬 1 📌 0
"그대의 혀 아래에 독이 들었다 해도 난 그대와 입맞춤을 해야겠소. 아, 마지막이라는 말은 하지 맙시다. 우리에겐 얼마든지 더 기회가 있을 거요. 그렇지 않소?"
23.07.2025 03:08 — 👍 11 🔁 4 💬 0 📌 0
팔라딘은 독 면역이니까
23.07.2025 02:13 — 👍 8 🔁 2 💬 0 📌 0
📃 33. 네 혀 아래에 독이 들었다 해도 난 너와 마지막 키스를 할 거야.
23.07.2025 02:04 — 👍 7 🔁 9 💬 1 📌 7
옛날에 읍내에서 이거 비슷한 걸로 썰푼 적 있었는데 말이죠 분노 보다는 짜증?이었지만
x.com/kornephoros_...
20.07.2025 12:09 — 👍 3 🔁 2 💬 0 📌 0
타라?
타라 미안해 제발 이 문좀 열어줘. 제발 비전 잠금까지는 너무 하잖아. 내가 잘못했어. 제발 타라! 타라! 비둘기 잡아올게! 아니 비홀더 잡아올게!
20.07.2025 06:54 — 👍 9 🔁 5 💬 0 📌 0
그 트레심은 처음부터 탐탁치 않아했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예측하고 있다. 나를 만난 뒤의 게일 데카리오스는 자신의 끊임없는 지적 욕구를 체우던 과거에서 다소 행동양상이 바뀌었으니깐.
그는 나에게 자신을 증명하고자 모든 힘을 기울였다. 모든 연구, 모든 시전, 모든 행적과 심지어 제자를 들인 것 마저 자신이 선생으로써의 자질도 있다고 내게 보여주기 위함이었으니. 그가 한 행동을 하고 나를 뿌듯하게 돌아보는 시선에서 느낄 수 있었다. 나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마치 한마리 대형견 마냥!
20.07.2025 02:30 — 👍 11 🔁 7 💬 1 📌 0
posty.pe/428le5
해당 소재가 나오는 글을 쓴 적이 있어 가져옵니다.
20.07.2025 02:20 — 👍 7 🔁 3 💬 0 📌 0
📃🎁 32. 타라의 분노.
19.07.2025 23:23 — 👍 3 🔁 6 💬 1 📌 5
보아라.
뭘 보라는 건지.
보아라.
뭘 보라는 건지?
보아라.
뭘 보라는 거냐고.
죽음이 문턱을 넘는다 해서 보일 리가 없고.
죽음이 문턱을 넘는다 해서 보일 리가 없고.
턱이란 것은 어느 것이든 부드럽게 넘기가 힘든 법이지.
툭. 턱에 걸리는 소리.
드드득. 턱이 갈리는 소리.
잠깐의 침묵.
그리고 다시 툭 드드득.
아, 그냥 빨리 넘어줬으면 좋겠는데.
내게도 보였으면 좋겠는데.
그렇다면 이렇게 초조하지도 않을텐데.
내가 무엇을 바라야 하는지?
빨리 넘어 오기를?
영원히 넘지 못하기를?
눈을 가늘게 뜨고.
보아라.
19.07.2025 13:46 — 👍 10 🔁 3 💬 1 📌 0
등골이 저려오는 감각은 뒷전에 넣어두기로 하였다. 그녀는 좀처럼 일어나지 못하던 몸을 세우며 달처럼 밝게 웃었다.
"보아라. 나의 죽음이 내 집의 문턱을 넘었구나!"
몇년을 침대에 썩어가던 몸이 깃털처럼 가벼웠다. 그녀는 기쁜 몸짓으로 달각거리며 찻주전자와 찻잔, 몸에 안좋다며 금지 당했던 고급스러운 차와 오래된 다과들을 바쁜 손길로 정갈히 담았다.
"떠나기 전 차 한잔만 같이 해주오..."
따스한 온기를 퍼트리며 곰팡내가 우려지고 있었다.
19.07.2025 04:27 — 👍 5 🔁 1 💬 0 📌 0
자기야, 에어컨이 고장난건 어쩔수 없는거야. 수리기사님이 이따 오신대. 좀 참아봐 나도 더워.
19.07.2025 03:35 — 👍 9 🔁 6 💬 0 📌 0
승천 아타 잡으러 온 하퍼 탑덪 보고 승아가 할 것 같은 멘트:Q
19.07.2025 03:34 — 👍 7 🔁 1 💬 0 📌 0
📃 31. 보아라. 나의 죽음이 내 집의 문턱을 넘었구나!
19.07.2025 03:16 — 👍 5 🔁 4 💬 1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