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불안하게 분량을 끝내시다니...
03.02.2026 19:41 — 👍 1 🔁 0 💬 1 📌 0@168163ba.bsky.social
Gotta let the rain pour down to see the BLUE https://x.com/168163ba https://curious.quizby.me/168163ba postype.com/@every-where
이렇게 불안하게 분량을 끝내시다니...
03.02.2026 19:41 — 👍 1 🔁 0 💬 1 📌 0믽졍인 너무 웃겨 죽겠는데 애가 저렇게 수치스러워 하는 거 보고 웃지도 못하고 속으로만 키득키득, 그러다 치솟으려는 입꼬리 못 참겠어서 창 밖 한번 봤다가 크게 숨 쉬고 다시 앞에 보고 출발함.
*
같이 가면 싫어하겠지...? 문 열어주고 나니까 휙 뛰쳐나간 김콩장. 믽졍이도 허리 잠시라도 더 펼 겸 차 밖에 나와서 애 오는 거 기다려.
한 3분쯤 후, 아까만큼 급한 걸음 아니고 어슬렁거리는 걸음으로 졸음쉼터 구석 풀숲에서 나타나는 애. 그나마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이 아니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문 열어주니까 차에 타서 꾸물꾸물 옷 속으로 다시 들어가더니 뚱한 표정이 되어서 나옴.
"나 너무 수치스러워..."
"아무도 안 봤지?"
"당연하지! 진짜 아ㅏㅏㅏ무도 없는 산속까지 달려갔다 왔어. 하..."
옆에서 보채는 쟤 때문에 믽졍이도 마음이 급해져. 아까 그 휴게소 나와서 고속도로 달리다가 바로 다음에 있는 졸음쉼터 들어감. 아니, 근데 여기 왜이리 차가 많아...?
졸음쉼터 주차장이 가득 차있고, 사람들도 많아. 여자 화장실엔 줄까지 서 있어.
"믽졍이이... 어카지...?"
"...어쩔 수 없다. 콩장이 모드 해라. 저어어기 구석이랑 산이랑 이어져 있는데다가 세울게."
"아이씨..."
조수석에 허물처럼 남은 즤믽이 옷. 그리고 그 안에서 부시럭거리며 나오는 애. 빨리 문 열어달라고 차 문 박박 긁으며 믽졍이 봄.
가끔 보면, 즤믽이가 배려심도 있고, 다정하게 챙기는 걸 잘 하거든? 근데 애초에 그런 걸 하려면 머리가 좋아야 하는 것 같아. 믽졍이가 어떤 걸 좋아하고, 어떻게 해야 편할지를 기억하고, 알고 있어서 머리를 굴려서 배려하고 챙겨주는 거지. 이번 졸음쉼터처럼.
그런데...
"믽졍이... 멀어써?"
"다 왔어, 좀만 참자. 3분 남았대!"
"으아으어아..."
"안돼 즤믽아. 힘내!"
30분 일찍 화장실에 간 만큼 일찍 마렵다. 거기다 아까 산 거 다 먹고 아아랑 콜라까지 다 마셨으니까... 그거 다 먹을 때 알아봤어...
"여름인 나라로 가면 되지."
"오올, 유즤믽 돈 많이 번다 이거냐."
"뭐... 그것도 그런데에..."
"음?"
"이제 어딜 가도 믽졍이가 피곤해질 것 같아서. 오늘도 그래서 나 안 내렸잖아."
아, 어쩐지. 믽졍이가 다음 휴게소에서 쉰다고 하니까 갑자기 자기 급하다면서 졸음쉼터 들리게 하더라. 믽졍이도 사람들 몰릴 거 생각해서 휴게소 화장실 바로 앞에 세우고 후딱 갔다오게 하려고 했는데, 얘는 그것까지 예상해서 아예 안 내려도 되게 행동한 거였어.
"아- (우물우물) 맛있긴 하네. 소떡믈리에 인정."
이런 실없는 소리만 하는데도 즤믽이는 키키키 하면서 좋아해. 믽졍은 자기가 웃음 장벽이 낮다고 생각했는데, 얘도 20년 넘게 같이 살았더니 옮았나 봐.
다 먹고 아아랑 콜라까지 쭈욱 들이키고 나서는 다시 출발!
"여행 가는 것 같다."
"뭐, 이것도 여행이라면 여행 아닐까? 나도 ㅁㅁ 가본 적 없는데."
"그럼 여행이네! 믽졍이랑 나랑 초여름 여행!"
"그러게. 우리 겨울에만 여행 갔었잖아. 다음에는 여름에 가볼까?"
유즤믽이 유명해져서 이제 아무렇게나 돌아다니진 못해. 거기다 날도 따뜻해서 꽁꽁 싸매는 게 수상해진 날씨.
그래서 휴게소 가기 전에 있는 졸음쉼터 화장실만 이용했고, 휴게소엔 말 그대로 먹을 거 사러 옴.
"여기꺼는 맛있다. 저번에 ㅇㅇ휴게소꺼는 별로였는데."
"소떡믈리에 나셨네. 몇 군데나 먹어봤길래?"
"난 예전의 내가 아니지롱. 음... 한 열 군데? 촬영하러 멀리 갈 때마다 먹었어. 일부러 윻읁 언니한테 다른 휴게소 가자고 했거든? 근데 오늘 먹은게 진짜 제일 맛있네. 믽졍이 아-"
제작진이 연락 왔으니 만나러 한 번 가보라는 말만 하고, 그 외의 것은 하나도 말을 안 해 줘서 즤믽도, 믽졍도 거기 가면 엄마 소식을 듣는 건가? 아니면 만날 수 있게 해 주는 건가? 아니면 혹시 고양이 별로 떠나서 그런 소식이라도 듣게 해주는 건가? 궁금증만 가지고 있는 상태임.
믽졍이도 일 들어온 거 다 후딱후딱 쳐내고 1박 2일 잡고 차 타고 내려가는 중이야.
중간에 휴게소 한번 들려서 즤믽이가 먹고 싶다는 고구마스틱이랑, 알감자랑, 핫바랑, 소떡소떡이랑 사가지고 차 안에서 먹음.
자기 옆집에 40대의 수인이 사는 것 같다 하는 제보는 있었지만, 진짜 걔네 엄마는 아니었지.
그러다 방송이 나간지 5주만에 연락이 와. 그때당시 병원 간호사(가명으로 나왔던)가 연락을 한거야. 혹시 수인 김믽쥬씨를 찾는 거냐고.
만나러 가는 날. 당연히 즤믽이는 촬영 스케줄 다 빼고 믽졍이랑 감.
병원 간호사였던 분은 그때 40대 후반이셨는데, 지금은 60대 후반이시고 지방의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는 중이라 직접 가야 했어.
믽졍이도 즤믽이 나오는 거 보면서 울었어. 얘가 20년도 넘게 엄마를 기억하고 있던 게 이름 뿐만이 아니라 엄마랑 같이 있던 병원 이름이랑, 병원에 있던 간호사 이름(물론 가명으로 나옴)까지 기억하고 있었거든.
정작 유즤믽은 믽졍이가 그거 보면서 울고 있는데 다른 거 촬영하러 가서 자기 나오는 거 봤냐고 보채기나 했지만.
2회, 3회, 4회 지나가는데 즤믽이한테 제대로 전해진 소식이 없어. 자기가 키우는 고양이도 노령의 깜고다. 부터 시작해서
그래서 2회에도 수인 셋이 나와서 사연 얘기+찾는 대상 얘기 하고 그렇게 진행하다가 만약 그 대상을 찾거나 소식을 듣게 돼. 그러면 이전에 찾으려고 나왔던 수인을 다시 게스트로 모셔서 만나게 해주거나, 아니면 연락해서 소식을 전해주는 거지. 상대방한테도 사정이라는 게 있을 수 있으니까.
그런데 1회의 시청률이 27%나 됐다는 거야. 드라마나 서바이벌 프로그램 결정적인 화도 아니고, 요새 오티티로 시청자 다 빠져서 방송사들 다 죽는 소리 한다는데. 기사에서는 배우 유즤믽이 일으킨 기적이라고 하더라.
즤믽이는 새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에 나갔다 왔어. 무슨 프로그램이냐면, 각성한 수인이 나와서 가족, 옛날에 같이 살았던 사람, 어릴 적에 자기 돌봐줬던 사람 등등을 찾는 프로그램인데... 즤믽이가 그 첫타자가 된 거야. 당연히 걔가 찾으려는 건 자기를 낳아준 엄마, 유믽쥬씨지.
일단 프로그램 진행은 이래. 1회에 수인 셋 나와서 자기 얘기 하고, 자기가 찾으려는 대상에 대한 얘기를 하고 끝나. 근데 그 대상을 찾을 수도 있고, 못 찾을 수도 있잖아?
"...나는 ㄱ...ㅈ...다..."
"뭐?"
"나는 김콩장이다!!! 했다구우..."
"아핰ㅋ캌ㅋㅋ 뭐야 그게에..."
즤믽이는 뭐라고 말은 해야겠는데, 생각나는 말은 없고, 수상 소감은 신인상 받을 때 말했고, 뭐라고 하지 하다가 그냥 그걸 외쳤다면서 주절주절 늘어놔. 진짜 엉뚱한 고양이야.
믽졍이는 그렇게 한참을 웃다가, 꿍얼거리다 같이 웃어버린 즤믽이랑 꼭 끌어안고 잠들었대.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
좀 꿈지럭거리니까 그걸 느꼈는지 걔도 눈을 뜨고는 애오옹- 하면서 믽졍이 얼굴에 앞발을 턱 얹어놔.
"더 자자고? 여기 좁으니까 방으로 갈까?"
그 말에 바닥으로 폴짝 내려가서 기지개 한번 켜더니 옷방으로 가서 잠옷 입고 나오는 즤믽이. 근데 믽졍이 어젯밤 그 궁금증이 다시 발동해서 침실로 가자마자 물어봐.
"너 수상할 때 콩장이 모드로 뭐라고 한 거야?"
"어?"
"왜, 그, 감독님이 마이크 대줬을 때."
"...그, 글쎄."
"엄청 우렁차던데. 너 들어오자마자 물어보려고 했는데 잠들었어. 왜, 뭐라고 한건데."
근데 막 웃다가 점점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거야. 김콩장 울음소리가 전국에 방송됐잖아. 쟤 오면, 훌쩍, 뭐라고 한건지 물어봐야겠, 허엉...
그날 믽졍이는 즤믽이 기다리다가 소파에 누워서 잠들어버림. 뒷풀이 있어서 늦을 거라고 얘기는 들어서 좀 버텨 보려고 했는데 우는 바람에 기운 다 빠져서 자기도 모르게 잠든거지.
눈 떠보니까 어슴푸레하게 밝아오는 새벽이 됐고, 즤믽이는 언제 들어온 건지 그런 믽졍이 옆에 찰싹 붙어서 콩장이 모드로 자고 있더라.
남의 팔에 안겨 있는 콩장이 보는 느낌? 질투나냐고? 응, 질투나. 쟤 고양이 모습으로 있을 때 나한테는 딱 3초 안겨 있는 앤데 감독님 팔에 지금 10초도 넘게 안겨 있잖아.
- 이 상의 진짜 주인공은, 제가 안고 온 이 작은 배우입니다.
그러더니 콩장일 좀 더 올려안아서 마이크에 더 가까이 대줘. 그, 라이옹킹 원숭이가 새끼 사자 안아올리는 장면처럼. 김콩장은 마이크를 앞발로 툭툭 치더니, 매우 우렁차게, 애오옹-! 하지. 식장 안이 와하하 하는 웃음소리로 난리가 나. 믽졍이도 저런 거 처음 봐서 너무 웃김.
무대로 수상하러 나가는 감독님 옆에 걸음 맞춰서 위풍당당하게 걸어가는 까만 고양이. 김콩장 등장함 ㅋㅋ
드레스 입은 즤믽이도 예쁘지만, 고양이 모습의 걔도 검게 윤기나는 털에 식장의 불빛이 비추는 게 엄청 예쁘긴 해.
"야, 유즤믽... 너 드레스 아깝게에..."
감독님은 무대 계단위까지 올라간 다음 조심스레 허리를 숙여서 콩장이를 안아올리는데, 하얀 수트에 까만 털 붙는것도 감수하고 걔를 아주 편안하게 안았어. 고양이 여러번 안아본 사람처럼.
호명되자마자 즤믽이 있는 테이블 반응 난리 남. 당연히 즤믽이도 활짝 웃으면서 감독님 꽉 껴안아줬겠지.
근데 감독님이 즤믽이 귀에 뭐라뭐라 속삭여. 중계 화면에는 그런 소리까진 안 잡히니까 무슨 말을 하는건지 모르겠는데 즤믽이 표정이 잠깐 고민하는 얼굴이다가 이내 끄덕끄덕 해.
그리고 바로 사라져버린 애. 카메라에 안 잡힘. 뭐야. 어디갔어. 회장 안도 웅성웅성...
그런데 5초 후, 즤믽이 앉았던 의자 위에 허물처럼 남아 있는 드레스 보여. 스태프인지 코디인지가 그 드레스 회수하러 달려감.
자기 잡은 카메라에 대고 손키스를 날리며 잘 하지도 못하는 윙크를 하는데, 믽졍인 그것마저도 너무 웃겨. 행복해서 너무 웃겨. 아무래도 쟤랑 반려 하기로 한 거 잘한 것 같지?
그리고 영화제 마지막에 그 영화 최우수작품상 받았다.
- 단순한 액션 영화를 넘어, 인간과 가장 가까우면서도,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였던 수인의 세상에 대한 헌신과 연대를 뜨겁게 그려냈죠. 수인 배우의 가능성을 증명하며 한국 액션 영화계에 새로운 지평을 연 작품, 영화 <국범수>!
영화 찍을 때 굴러다니는 건 고양이일 때랑 비슷해서 괜찮았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 서는 건 역시 좀 떨리네요."
"19년 동안 저를 '콩장이'라고 불러주고, 제가 수인인 걸 알게 되었을 때도 버리지 않고 저랑 같이 살아준 내 집사, 가족, 아니, 김믽졍 씨. 나 이제 돈 많이 버는 멋진 고양이 됐지? 사랑해 믽졍이! 내 반려!"
전국적으로 공개 고백을 해버리심. 눈물이 뚝 멈춰버릴 정도로 황당하긴 했는데, 믽졍이 입가에 씰룩씰룩 웃음만 맺혀. 아, 진짜 미치겠다. 쟤는... 왜 저런 모습도 귀여워?
근데 즤믽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나가느라 드레스자락이 확 펼쳐지는 걸 보는 순간 갑자기 믽졍이 눈시울이 뜨끈뜨끈...
또 그 큰 무대 위로 올라가서 트로피랑 꽃다발 받는 거 보고 눈물이 주르륵...
정작 화면 안의 걔는 아직 좀 얼떨떨한지 트로피를 두 손으로 꼭 쥐고 한참 마이크만 쳐다보다가 한발짝 앞으로 나가서 말해.
"음... 사실 저는 수인으로 각성한 지 얼마 안 돼서, 이런 자리가 아직도 꿈을 꾸는 것 같아요.
- 올해 가장 놀라운 데뷔입니다. 인간과 동물의 경계를 허물며, 때로는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을 기고 때로는 뜨거운 폭발 현장을 가로지르며 우리에게 새로운 영웅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가장 낮은 곳에서 시작해 가장 높은 무대 위로 뛰어오른 배우, <국범수>의 유즤믽!
즤믽이가 분명 오늘 나갈때까지만 해도 자기가 후보가 되긴 했지만, 받을지 못받을지는 모른다고 했거든. 근데 믽졍이 마음은 그게 아니였을 거 아니야. 누가 뭐래도 우리 애(?)가 받을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겠지.
그리고 후보 다섯명이 5분할 화면으로 잡히지.
그리고 곧, 두두둥 두두둥- 웅장한 음악이 흐르고 발표의 시간.
팡 터지는 음악과 함께 화면에 즩희가 폭발하는 건물의 옥상에서 뛰어내리며 고양이로 변하던 그 명장면이 슬로우로 걸리고(이건 더 앞부분 내용이었음) 즤믽이는 감독님 뒤에 서서 박수 치다가, 문득 화면 속 자기 모습이 쑥스러운지 고개를 살짝 까딱이는데 그게 또 전광판에 잡혀서 관객석에 환호성이 난리 나. 유즤믽 팬 진짜 많아졌나 봄.
화면 속 즤믽이는 그 답장 이후로 다른 테이블을 다니면서 믽졍이도 얼굴 좀 아는 배우들과 인사해. 어색하지 않게 웃고 있는 걸 보니까 기분이 좀 이상해져. 우리집 고양이인간의 사회생활이라니.
잠시 후, 영화제 시작됨. 가장 처음 순서로 신인 연기자 시상식이 진행되는데, 여러 배우의 작품 내 모습이 막 지나가다가 마지막으로 유즤믽 소개 차례가 와.
뿅 하고 변하고, 화학 단지 안으로 달려가는 김콩장 모습의 즤믽이, 자기 목에 차고 있던 발신기를 즤엱에게 전달하는 모습, 그리고 까진 다리 할짝이는 모습까지.
혹시 확인할 수도 있으니 톡 보내봐.
[너 red카펫에서 왜 그리 겁을 내? 무슨 일 있었어?]
이제 안에 들어가서 자리 잡은 애 모습도 화면에 보여. 동그란 테이블 정중앙에 <국범수>라는 팻말이 달려 있어. 그리고 한 10분쯤 후에 답장이 도착해.
[사람너무많우ㅠㅠ자꾸여기보래ㅠㅠㅠㅠ]
아, 기자들이 이쪽 봐라, 저쪽 봐라 이러면서 즤믽이 시선을 끌었나 봐. 카메라맨 엄청 많이 붙긴 했더라. 쟤 촬영 마치고 들어올 때 공항에 몰렸던 인파의 배는 되어보였으니까.
엄마랑 같이 안 보냐고? 작가님 취재 여행 가심. 거기 가서 보고 계실 예정.
거실 바닥에 앉아 사과를 집어 먹던 믽졍의 손이 멈춰. 화면 가득 유즤믽 얼굴이 잡혔거든.
red카펫이란 게 생각보다 많이 떨렸나 봐. 항상 뻔뻔하고 당당하던 걔 눈이 동그랗게 커져선 두리번두리번. 플래시가 잔뜩 터지는데 옅은 미소만 보여줘. 엄청 긴장했나 봐. 믽졍이도 저런 표정은 처음 봐. 긴장해서 입술을 꾹 깨문 모습이 꼭 처음 예방접종 하러 병원 가던 날의 김콩장 같아서 믽졍은 웃음이 터졌어. 아, 쟤 왜 저렇게 겁 먹었어?
저거 입는 것도 오래 걸리고 힘들다던데 사진을 네개나 보냈다는 건 여태 드레스만 입어보고 있었다는 거잖아. 고생이겠다.
-
믽졍은 즤믽이가 아침부터 깎아둔 사과랑 망고가 든 통을 가지고 와서 TV앞에 앉았어. 혼자서 여기 앉아있는 건 정말 오랜만이야. 항상 옆에 즤믽이가 있거나, 콩장이가 있었으니까.
TV를 트니까 바로 [제 00회 ㅇㅇ영화제 시상식] 로고가 상단에 박힌 프로그램이 떠. 아무래도 즤믽이가 믽졍이 보기 편하라고 채널도 맞춰놓고 간 것 같지? 이따 시상식 볼 때 먹으면서 보라고 과일까지 챙겨놓고 간 애니까.
[믽졍이가 골라줘]
[사진]
[사진]
[사진]
[사진]
즤믽이는 지금 시상식에서 입을 드레스 고르러 갔어.
근데 이건... 드레스를 골라 달라는 걸까 얼굴을 골라 달라는 걸까?
[다 예쁜데 옷이 안 보여]
[나만 보면 됨]
[ㅇㅋ...]
얼씨구다 진짜. 여전히 그대로인 유즤믽의 답정너 짓. 하긴, 믽졍이가 뭘 안다고 이런 걸 골라주겠어. 다 예쁜데.
웨딩드레스 고르러 간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달까.
결국 즤믽이가 편의점에서 산 것들은 믽졍이가 뱉은 말이 있어서(먹고싶은 거 다 골라) 환불도 못하고 두 손 무겁게 비닐봉지 가득 채워서 들고 왔고, 제ㅈ도 여행이 끝날 때까지도 다 못 먹어서 캐리어에 기념품이 아니고 편의점 상품들을 담아 와야 했어.
그래도 한 10만원어치는 거기서 먹고 온 것 같긴 해. 그거 먹고 밥도 먹었지만...
원래 한ㄹ산도 가볼까 했었는데, 눈이 너무 많이 왔고 장비도 없어서 차로 갈 수 있는 천뱩고지만 다녀왔어. 그래도 즤믽이는 너무 좋다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눈 좋아하는 애 제ㅈ도 눈 마음껏 보고 왔다.